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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으로 얼룩진 설연휴"컨화물차-고속버스 충돌사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2-02-25 00:00:00
조회수
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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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0일 설 연휴 특별수송이 시작된 일요일 오후 2시25분경. 경부고속도로 상행선를 따라 충남 천안시 일원을 지나던 트레일러차량(남산운수)이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고속버스를 정면충돌, 1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사고는 트레일러 운전사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된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 줬다.
이번 사고의 개요와 사고정황을 운전자 박씨의 진술및 사고현장을 중심으로 가상시나리오를 통해 재구성해 본다.


트레일러 운전자 박기해씨(49)는 부산에서 빈 컨테이너를 차에 싣고 목적지인 의왕시 소재 컨테이너터미널을 향해 차의 시동을 걸었다. 설 연휴를 감안하더라도 의왕시까지는 대략 9, 10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씨는 운행중 식사장소로 경남 부곡의 고속도로 인근 식당을 예정했다. 늘 다니던 식당에다 가끔씩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고 기분 내키면 소주 한 두잔도 곁들일 수 있기에 이 식당을 애용하는 편이었다.
고속도로는 예상보다 원활하게 소통이 돼 식당이 있는 부곡까지는 예상보다 대략 30∼40분 이른 오전 9시가 채 못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박씨는 차를 멈춰 세운 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곧장 식당으로 행했다. 날은 그다지 춥지는 않았으나 따뜻한 차안에서 운전하다 바깥 공기를 쐬니 기분이 나름대로 상쾌했다.
박씨는 식사를 주문하면서 시계를 봤다. 도착시간이 예상보다 30분 이상 단축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에 그는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한 잔 마시고 잠시 쉬었다 가지…”
박씨는 별다른 부담없이 식사와 함께 반주로 소주 서너잔을 마시며 옆자리에 있는 다른 이에게도 소주 한잔을 권한다. 있던 나머지 술을 마저 마신 뒤 기분좋게 자리를 떴다.
고속도로 위 자동차로 돌아온 박씨는 의외로 차량 통행이 수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불현듯 빨리 달려가 일을 마치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소주 너댓잔의 부담이 그를 망설이게 했다. “평생 운전한 사람이 소주 너댓잔 정도에…”
그는 별다른 망설임없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대전까지는 대략 4시간 남짓 거리. 그는 일상적인 운행습관에 따라 차를 몰았다. 그러기를 대략 30여분. 식사후의 식곤증에 반주로 마신 소주 너댓잔이 눈꺼풀에 육중한 무게로 쳐져옴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데’그는 애써 졸음을 떨치려 고개를 흔들었다. 이윽고 대전을 지나 신탄진까지 오는 사이 그는 졸음이 어지간히 달아나지 않음을 걱정했다. ‘어디 휴게소라도 들렀다 갈까’그는 망설였으나 막 지나쳐 온 신탄진 휴게소가 몰려든 차량으로 진입조차 만만치 않음을 확인하고 그대로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리고는 또 30분 가량이 지났을까. 문득 핸들이 흔들림을 느끼는 순간 그는 고속도로 노면의 잔설이 결빙돼 있음을 느끼고는 짐짓 핸들을 부여잡았다.
속력을 내 얼마간 달리는가 싶더니 천안휴게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제 부곡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 그는 서둘러 휴게소를 통과해 설 귀경차량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 이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리라 마음을 다져 먹었다.
그리고는 깜빡, 불과 2∼3초나 됐을까. 자신조차 졸음을 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눈앞에 휴게소에서 빠져 나와 깜빡이를 켠 채 급속히 박씨의 진행차로인 2차로로 끼어드는 고속버스 한대가 나타났다. 박씨는 거의 반사적으로 핸들을 좌측으로 틀었다.
하지만 박씨의 컨테이너차는 이미 속도가 붙어있는데다 노면마저 미끄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1차로를 지나쳐 중앙분리대를 덮치고 말았다.
박씨는 ‘쿵…우지끈’하는 소리와 동시에 중앙분리대의 콘크리트 조각이 비상하는 광경을 보는 순간 차체와 함께 몸이 허공을 떠오름을 느끼며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상이 이번 사고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사고 차량 운전자의 행적이다.
여기서 불확실한 부분은 운전자 박씨의 음주량과 사고발생시 졸음운전 여부, 운행차량의 속도와 휴게소에서 빠져나와 사고차량이 운행하던 2차로로 급속히 진입한 고속버스의 운행여부다.
박씨의 음주량은 사고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측정에 따르면 혈중알콜농도 0.113으로 나타나 소주 1병 이상의 음주량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가해차량의 속도는 당시 고속도로가 설 특별수송기간중이었으므로 과속운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시속 100㎞를 초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역시 경찰의 공식적인 사고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추정치일 뿐이다.
그리고 고속버스의 갑작스런 차로 진입 여부 역시 사고 차량 운전자인 박씨의 진술에 의존하는 부분이므로 불확실한 요소로 현재 박씨는 사고 이후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정상적인 사고당시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역시 미궁에 빠져있는 부분이다.
박씨는 CT촬영등 정밀진단 결과에는 별다른 뇌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대형사고 후유증이 뒤따라 이따금 발작을 일으켜 손발이 결박된 채 입원가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 박씨가 탑승하고 있던 컨테이너 차량 차체운전석부분(트렉터)은 중앙분리대와의 충격으로 차체에서 분리돼 박씨 차량의 진행방향 전방 20여m 2차로에 전복상태로 멈춰섰고 운전석부분이 떨어져 나간 트레일러부분은 중앙분리대를 부수고 맞은 편 방향 1차로로 약 25m 가량을 밀고 들어가 멈췄는데 이 과정에서 맞은 편 방향 1차로를 운행해오던 경북72아7056 고속버스(아성운수·운전자 김태암·46)의 운전석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에따라 고속버스 운전석 방향의 차체 3분의 2가 충격으로 파괴되면서 운전석 방향에 탑승해 있던 승객 1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반대편에 탑승했던 승객 16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또 피해 차량인 고속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3차로를 운행하던 서울40마9064 쏘나타 승용차는 사고 지점에서 날아온 중앙분리대 콘크리트 파편이 앞 유리를 충격해 차량 일부가 파손된 상태에서 갓길에 멈춰서 더 이상의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한편 가해 차량이 보험계약한 화물공제조합은 이번 사고의 보상금을 총 40억원 가량으로 잡고 피해자측과 협의를 진행중에 있으나 지난 16일 피해자측이 피해보상과 관련해 회의를 개최한 결과 확정된 보상기준및 금액을 결정하지 못해 본격적인 보상협상은 다음주에나 시작될 전망이다.
화물공제조합은 사고 차량 소속지부인 경기지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피해자 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조현용 화물공제조합 이사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 “체계적인 사고예방 활동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개인의 음주운전등과 같은 치명적인 오류가 근절되지 않는 한 화물자동차에 의한 대형 교통사고는 막을 길이 없다”고 말하고 운전자 개개인의 각별한 준법운전과 안전의식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특히 “음주운전 척결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만큼 고속도로 진·출입 차량에 대한 음주측정 또는 점검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교통신문(기획기사, 200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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